작품감상

시, 에세이

카테고리 에세이
제목 주식 이야기 I
작성자 newroseandfox
작성일자 2023-12-13

주식이야기 I





지난 1월초였다. 나는 올해 신고해야할 양도소득세 가계산을 해봤고, 흡족하게 생각했다. 기백만 원의 세금이었지만, 그만큼 벌어서 내는 거니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지난 한 해 백수의 신분으로 안락할 수 있었던 건 다 주식 덕분이었으니 얼마든지 낼 생각이 있었다.

1월말이 되었다. 지난 한 해 계좌에서 늘 60% 이상의 수익을 유지하던 종목이 어느 순간 -25%를 넘어서고 있었다. 종목과 관련한 뉴스를 다시 취합하여 확인해 보고 종목토론방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들 나와 같았다.

‘중국 시장에 노크한다는 뉴스만 나오면 바로 회복할 겁니다!’

그렇지만 최근 자국중심주의로 굴러가고 있는 중국을 보고 있자니 그건 물 건너 간 이야기 같았다. 조급함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큰돈을 경솔하게 굴릴 수도 없었다.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라고 주변 지인들을 통해 전업투자자를 찾게 되었다. 차트 분석만으로 일정한 수익을 낸다는 그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작가님 평단까지 올라갈 수는 있겠습니다. 저항 구간이 될 곳이 작가님 평단보다 위에 있으니 가능성은 크게 열려있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그게 몇 달이 아니라, 몇 년도 걸릴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길 보세요. 이게 개미를 터는 구간이고요, 이제 다시 매집하는 구간으로 가야하는데…’

전문용어를 쓰며 내게 열정적으로 설명을 쏟아내는 그의 태도를 보니 모르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한 거 같았다.

‘삽 됐구나!’

그길로 돌아와서 눈물의 손절을 했다. 기백만 원의 돈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그래도 땅에서 솟아났던 돈들이 아직은 더 많았다. 그때부터였다. 차트를 기술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구나. 그게 업일 수도 있구나. 한 가지 몰두하여 파보는 걸 좋아하는 나의 고질적인 기질이 움틀 거리기 시작했다.

2월말. 난 어느새 추세선을 알아서 긋고, 파동의 크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위대하다. 9할의 멍청이와 머저리, 그리고 그런 멍청이와 머저리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애들 외에도 진정한 고수 1할이 존재하고, 그 1할이 나머지 9할 전체에게 영감을 준다. 여러 유튜버들 중 가장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을 고르고 골라 그의 동영상을 되풀이해서 봤다. 훗날 보니 나머지들은 그의 원본 영상을 보고 패러디하거나 재편집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일전에 만났던 전업투자자에게 연락을 해봤다.

‘제대로 찾으셨네요. 저도 그분의 제자입니다.’

3월 중순. 나의 투자 스타일은, 아니, 매매 스타일은 이미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종목을 일주일 이상 유지하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고, 특정 종목의 뉴스를 집요하게 검색하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종목토론방을 기웃거리는 짓도 완전히 끊어버렸다. 오로지 빨간색, 파란색 캔들과 그들의 평균값을 기간별로 표기해주는 이동평균선 분석에만 집중했다.

‘이번에도 좋은 종목을 고르셨네요. 맞습니다. 추세를 전환할 때, 의도적으로 강한 개입이 있었던 게 보이죠. 이게 세력의 흔적입니다. 이 시그널을 따라서…’

전업투자자로부터 칭찬도 곧잘 들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눈이 제법 뜨인 건 사실이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4월 초. 적기에도 부끄럽다. 기백만 원의 손실이 있었다. 모두 욕심 때문이었다.

4월 말. 전부 만회하고 수익을 냈다.

5월 초. 4월 말의 실적을 모두 말아먹었다.

그리고 5월 중순. 그러니까 난 최근 2주간의 경험과 깨달음에 대해 적기 위해 글의 대부분을 허비한 거다. 그러니까,


  “주식이 우주라면,
  지금의 난 지구 내핵 어디쯤에서 명왕성 어딘가에
  내일 당장 닿을 거라고 홀로 발버둥을 치는 꼴이다!”

기법은 제대로 익혀가고 있다. 기술적 분석력도 좋아져서 곧잘 매수 타점과 매도 타점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왜 수익을 내지 못하고, 내더라도 다시 손실을 보는 일이 되풀이 되는가?

모든 건 욕심과 경험치(經驗値)다. 불안과 초조는 정직하다. 한 달 동안 약 20여일의 거래일이 존재한다. 바꿔 말하면, 20여일 안에 수익을 내야 다음 한 달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불안과 초조는 거기서부터 뿌리를 내린다. 거래일이 줄어들수록 베팅도 커지게 된다. 그리고 내가 베팅한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불안과 초조도 갑절이 된다. 100만원을 투자했을 때와 1,000만원을 투자했을 때의 불안과 초조는 결이 다르다. 같은 1%의 손실이라도 100만원의 1%는 1만원이지만, 1,000만원의 1%는 10만원이다. 투자 원금의 비중이 무거워질수록 그에 버금가는 압박감이 몇 백 배로 늘어나 버린다. 결국, 최초 분석대로 정했던 매도 타점을 버티지를 못하고 매도를 하게 된다. 예상된 손실 구간을 지나는 동안에도 신경이 바짝 쓰여서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려다 더 큰 손실로 이어진다.

그렇다, 모든 건 욕심과 경험치었다. 불안과 초조를 등에 입은 욕심이 그릇된 경험치를 늘렸고, 분석에 어두운 감정들이 그대로 묻어나, 빨간 급등 불기둥이 솟을 때마다 내 욕망도 같이 솟아나 뒤틀린 자동차 핸들처럼 멋대로 튕겨져 나갔던 것이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으면 길을 수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간 길을 틀었고, 한 번 계좌를 정리했으며, 현재는 이후로 수익만 나고 있다. 또 한 차례 투자 스타일, 아니, 매매 스타일이 극변한 거다. 덕분에 1월부터 지금까지의 스코어를 보면, 아직 손실은 아니다.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주식과 관련해서 자료를 정리하고 그에 관련된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는 게 엄청난 득이다.

지금의 속도대로 간다면, 대략 3년 정도가 걸릴까? 몇 차례 동화책을 내는 사이에 주식과 관련된 책도 하나 펴낼 거 같다. 아니, 반드시 책을 내리라. 그만큼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당장 현금을 짊어지고 전쟁터로 내지르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주식을 접할 때마다 인생이 펼쳐지고, 소설이 그려진다. 요즘은 주말에 가족들과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갈 때면, 웅장하게 솟은 산자락을 보면서도 차트의 굴곡을 보는 것 같다. 게다가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굴곡 사이에 서 있는 사연 묻은 돈들과 그 돈을 털린 투자자들의 얼굴이 다 보일 정도다.

아, 그래서, 어쨌든, 결국, 지금, 난,

  모니터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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