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감상

시, 에세이

카테고리 시(詩)
제목 퇴근길
작성자 newroseandfox
작성일자 2023-12-13


퇴근길



어제와 다른 점은
판매된 제품의 고객리스트
타이핑되어 모니터로 옮겨진 숫자들.

여전히 같은 건
집 앞까지 구불구불 이어진 거리의 풍경

허름하게 낡아가는 그 모양새와
몇 차례 간판들이 들어왔다 나간 자리의 거친 모양새가
하루가 다르게 닳아가는 내 구두 뒷굽의 모양새와
같다. 온종일 마주했던 모니터 너머의 화사함과는 그 생김새가
다르다.

문득, 그런 생각에

하니

타박타박 옮기던 걸음을 멈추고
꾸욱꾸욱 관자놀이를 눌러 내리는 손
끈적끈적한 땀이
쪼글쪼글한 손금사이로 베이자
꼬르르륵 허기가 찾아온다.

서둘러 구두코로 옮겨진 시선.
마주 불어오는 바람에 목을 움츠리고
마주 걸어오는 행인에 비켜서고
조심스레 언저리 돌멩이마저 피해 걷는 이 걸음걸이가
입사 이후 오늘까지 한결같은 것이 다행인건가?

이 와중에도
내 구두 뒷굽의 생김새가
내 얼굴의 모양새와
비슷하게

닳아, 닮아
달하, 달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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